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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역시 자리에 앉으셔서 이야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! 우리 할아버님은 절이나 굽실굽실하는 사람을

좋아하지 않으시니까요.”현도노인은 빙그레 웃었다. 고개를 쳐들고 아가씨를 힐끗 곁눈질해 보며 말

했다.”얘! 빨리 영후더러 술이나 올리라고 해라!”아가씨가 상냥스런 음성으로 물었다.”할아버지, 그렇

게 좋다는 술을 정말 이 젊은 양반께 대접하시렵니까?”현도노인은 쾌활한 음성으로 웃었다.”하하하‥

‥‥ 너는 어째서 별안간 그렇게 인색해졌느냐?”아가씨는 입을 삐쭉했다.”저는 인색한 게 아녜요! 그렇

게 좋은 술을 저분께 대접하기 싫단 말예요!””그건 또 무슨 까닭이냐?””저분은 방금 저의 얼굴을 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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끔힐끔 훔쳐봤으니까 말예요!”현도노인은 또 한 번 통쾌하게 웃었다.”핫! 핫! 핫!”그리고 고개를 돌이

켜 소세옥에게 말했다.”젊은 협객! 철부지 계집애가 함부로 까부는 게 정말 가소롭지 않소?”소세옥은

아가씨에게 연거푸 조롱을 당하고 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,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.

“어린 아가씨가 정말 귀엽고도 천진 난만하군요!”어린 아가씨라는 한 마디에 아가씨가 잔뜩 토라져

버릴 줄이야.혓바닥을 날름해서 사람을 놀려 놓고 입에서 내키는 대로 마구 떠들어댔다.”이봐요! 나

이를 얼마나 많이 잡수셨기에 어리다고 하시나요? 또 누가 누구의 아가씨냔 말예요? 부끄러운 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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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 모르고 함부로 아가씨니 뭐니 ‥‥‥‥ 흥! 며칠 동안 신영궁에서 무학을 배웠다고 그렇게 뻐길 건

없잖아요? 저는 신영궁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요! 못 믿으시겠으면 저하고 한 번 재간을 겨루어

보실까요?”소세옥은 말 밑천도 못 건진 셈이 되었다.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얄궂은 심정을

엄지로 참는 수밖에‥‥‥현도노인이 별안간 무시무시한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.”얘! 빙여야! 너 할

아비 말을 안 듣고 이렇게 자꾸 까불래? 빨리 가서 영후더러 술을 올리도록 하라니까‥‥‥‥”

아가씨는 그제서야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삐쭉하면서 몸을 돌이켜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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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가씨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, 현도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.”젊은 협객

! 저 계집아이는 너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‥‥‥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!”소세옥은 마음속으로

혼자 생각했다.’이 현도노인이란 백 년 전부터 유명한 괴물이지만, 이렇게 접근하기 쉬운 인물일

줄은 몰랐는데‥‥‥ 도리어 하찮은 철부지 아가씨가 몹시 버르장머리 없이 구는데! 다소 조심해

야 겠는걸!’침착한 태도로 담담히 웃고 있었다.바로 이때, 한줄기 향긋한 바람이 쉭 스쳐 나가는

듯하더니, 빙여 아가씨가 어느 틈엔가 노인의 신변으로 돌아와서 얌전하게 서 있었다. 그리고 아가씨